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215)
       저녁하늘

     최정희

하루의 아쉬움을
붉고 강렬하게 불태우는 
저녁하늘을 바라보고 섰다

무한한 시간들의 연속 속에
뜨거운 몸짓으로 살아온 하루는
강열한 빛으로
자신을 불 태우고 있다

우리의 지나온 삶이
어디 모두가 완벽할 수야 있었겠느냐 마는
지금 이 순간
마지막 남은 내 청춘의 열정을
저녁놀처럼 불태우고 싶다

곧 어둠이 온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마지막 사랑
뜨거운 저녁하늘이 되고 싶다

눌산 윤일광 시인

감상) 
하루와 사계(四季)와 인생은 서로 닮았다. ‘아침-봄-유년, 여름-낮-청년, 저녁-가을-장년, 밤-겨울-노년’과 연관을 갖는다. 따라서 ‘붉고 강렬하게 불태우는 /저녁하늘 → 붉고 강렬하게 불태우는 /가을단풍’으로 바꾸어 읽어도 조금도 무리가 없다.
이 시는 하루로 치면 저녁이요, 계절로 치면 가을이요, 인생으로 치면 장년기에 접해 있다. 지금까지의 삶은 ‘뜨거운 몸짓으로 살아온 하루’였다. 저녁노을처럼 ‘붉고 강렬하게 불태우며’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렇다고 ‘지나온 삶이 /어디 모두가 완벽할 수야 있었겠느냐 마는’내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는 없다.
시적화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어둠이다.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밤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 어둠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숨길 수 없다. 그러기에 가을이 되어야 단풍이 불 타듯이 붉듯, 저녁이 되어야 노을이 불타도록 붉듯, 인생의 마지막을 ‘후회 없는 마지막 사랑’을 꿈꾸고 있다.
누구에게나 다 이런 감정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시적 공간을 빌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란 그렇게 싶지 않다. 시인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를 쓰고 싶어 하고, 시인이 되기를 원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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