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220)
     비어있을 때

       추미옥
 

집은 외로운 섬이다
날이 새면 소란하던 참새들이 다 떠나고
남은
나만의 세계
행복한 나의 둥지는
이제부터 빈집이다
빈집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비어있을 때다
비어있어야 채울 수 있다
집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눌산 윤일광 시인

감상) 
철학의 ‘존재론’은 ‘존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 존재란 물질에서 찾지 않고 관념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것, 이를테면 플라톤의 이데아 같은 것이다. 이것이 희랍사람들의 철학적 사고였다면, 동양적 사고는 있음에 대하여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세상 만물이 존재하려면 비어 있어야한다는 ‘빔의 철학’이 관심사였다.
노자 《도덕경》37장에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라는 말이 나온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대도 하지 않는 것이 없다’라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컵이 비어 있어야 물을 담을 수 있고, 방이 비어 있어야 사람이 들 수 있다. 비어 있다는 것은 단순한 공간개념이 아니다. 무(無)이면서도 유(有)이고, ‘빔’이면서도 ‘채움’이다.
추미옥 시인의 <비어있을 때>는 ‘빔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다. 철학적 사고가 깊이 깔려 있는 생각하는 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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