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243)
   달 긷는 집 한 채 

     
   慈仁堂 이양주

달의 기척에

잠 못 이룬 밤이

몇 번이던가

푸른 벽에 창을 내어

피고 지는 달 같은 그대를 걸어두고

하염없이 생각하였더니

그대는 어느새

내게 달이 되었다

달 긷는 집 한 채

팔만사천 개의 달이 뜬다

달꽃 피어

마당은 훤하고

달의 경전에서

물 퍼내는 소리 사방을 적신다

허나

달 잡은 이

뉘 있으랴

두레박이 넘치도록 달물을 길어 올려도

손가락 끝에서 부서져 내리는

달빛 한 자락

감상) 

눌산 윤일광시인

하늘에 뜬 달은 하나이지만 천 개의 강물에 비친다는 ‘월인천강(月印千江)’은 무엇보다 불교적 의미가 매우 깊다. 달은 하나이나 수천 개의 강에 고루 비치듯 부처의 진리는 하나이지만 중생의 가슴가슴마다 깃들게 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또 하나 ‘월인천강(月印千江)’은 퇴계(退溪) 이황과 고봉(高峯) 기대승이 벌인 저 유명한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에도 등장한다. 퇴계는 하늘의 달 뿐 아니라 천 개의 강에 비춘 달 또한 달이라 했고, 고봉은 물에 비친 달은 달이 아니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도 조선 성리학자들의 이기(理氣)논쟁도 뒤로 하고, 시인의 달에 주목해야 한다. 시인에게 있어 달은 어떤 존재인가. <피고 지는 달 같은 그대를 걸어두고 /하염없이 생각하였더니 //그대는 어느새 /내게 달이 되었다>고 했으니 달은 내 그리운 그대이다. 그대는 누구인가.
<두레박이 넘치도록 달물을 길어 올려도> 마르지 않는 <팔만사천 개의 달(말씀)>으로 환치된다. 진하게 배여 있는 불교적 색채를 시적진술로 희석시키면서 시인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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