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55)
        우리 엄마 

       송 재 복

서릿발 하얗던 새벽길 

대목장 날
목 좋은 국밥집 앞
좌판 펼치려
삼십 리길  재 넘으며
흰 고무신이 닳았다

빨간 고무대야 한가득
꽁꽁 언 동태, 병어, 조기
광목 수건에 흐르는 
땀방울도 얼고

우리 엄마 언제 다 팔고 오려나 

겨울밤 찬바람 속
별빛 한 점 없는 
신작로 바라보며
눈이 빠지고  목이 길어진다

막차 희미한 버스 안
"우리 엄마다"

시린 손잡고 가슴 저린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어머니’는 시인이라면 한번 쯤 다루어봤을 정도로 친근한 소재다. 이때 어머니는 보통명사로서의 어머니가 아니라 나와 특수한 관계의 어머니다. 남들이 알 수 없는 나와 어머니와의 이야기다.
융에 의하면 어머니는 집단무의식, 곧 존재의 황홀한 차원, 생명의 근원을 상징한다고 했다. 이와 똑 같은 이유로 모성적 감정은 물질의 정신을 그리는 향수를 의미하거나 절대적 운명의 법칙에 종속되는 정신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나와 특수한 관계의 어머니는, 고향을 상징하고, 너그러운 관용을 포용한다. 송재복 시인의 <우리 엄마>는 ‘빨간 고무대야 한가득 /꽁꽁 언 동태, 병어, 조기’ 등을 이고 ‘대목장 날 /목 좋은 국밥집 앞 /좌판 펼치고’ 팔고 있는 강인한 어머니 상(像)이다.
흰 고무신이 다 닳도록 삼십 리 길 재는 넘으면서도 오로지 가족을 위하는 희생의 어머니 상(像)이다. 송재복 시인의 어머니가 아니라 어렵던 시절을 살았던 모든 사람의 가슴에 눈물겹도록 서려 있는 어머니 상(像)이다.
그래도 어머니는 기쁘게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별빛 한 점 없는 /신작로 바라보며 /눈이 빠지고  목이 길어진’ 자식의 기다림이 힘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자식조차 없었다면 우리 어머니들은 무슨 낙으로 힘든 삶의 고개를 넘었을까?(눌산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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