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67)

         꽃밭

       이형옥

햇살 가리던 손바닥
꽃그늘 아래 놓으니
붉은 꽃잎 하나
툭하니 내려앉습니다

가만 만져보는 손끝이
떨 려 옵 니 다
내게도 꽃밭이 생겼습니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2연 7행에 불과한 짧은 詩인데도, 詩가 품고 있는 의미는 매우 깊습니다. 詩는 언어의 압축입니다. 이때 압축이란 단순히 부피를 줄이는 작업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글자의 수(음수율)를 줄인다거나 어절을 줄이는(음보율)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詩의 압축’은 ‘의미의 압축’을 말합니다. 詩를 풀어놓으면 글자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생각의 울림이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듯 번져나야 합니다. 이 詩의 서사는 단순합니다. ‘꽃그늘 아래서 손바닥을 내밀었더니 거기에 붉은 꽃잎이 하나 툭 떨어졌다’는 어쩌면 흔하디흔한 소재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흔한 소재가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을 갖는 것은, 외연과 내포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긴장감 때문입니다. 시적용어로는 ‘텐션(tension)’이라 합니다.
‘(손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가만 만져보는 손끝이 /떨 려 옵 니 다’는 이 기막힌 상상력이 독자에게 수많은 설렘을 가져다줍니다. 아니 어쩌면 낮은 목소리로 수많은 이야기를 속삭여주는 것 같습니다. 혹은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손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우연이라고 한다면, 꽃밭은 인연의 연기론(緣起論)이 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 중에(수많은 꽃잎들) 내게로 온 한사람(손바닥에 떨어진 하나의 꽃잎)이 행복(꽃밭)이라는 사랑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월요일 아침을 ‘꽃밭’같은 설렘으로 시작하게 합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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