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산책 (332)
   봄은 아프다

   길송 박주일 

그토록 그리워해도
그리워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올봄에는
그리워할 것은 더 그리워하자

어떤 날 봄처럼 아프거든
임 올까 하여
대문 활짝 열어두면
기억 속의 그 날처럼
수선화 한 아름 안고 오는 이가
혹여 기다리던 님일지 모르잖는가?

무한의 사랑이 꿈 따라오거든
나 살아오는 동안
벗이었다고 믿으며
봄이라고 아파한들 
뉘가 나에게 손가락질하여 두려울까

봄 오는 길목에서는
그리워할 것은 그리하고
사랑할 것은
더 아프도록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러니 봄이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봄은 아프다> 이미 시의 제목이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비단 사람의 이름뿐 아니라 모든 사물은 그 이름부터 독특해야만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되듯이. 시에 있어서도 제목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절반의 성공을 먹고 들어간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의 눈에 맨 처음 들어오는 것이 제목이다. 제목을 통해 호기심이 발동하고 그 호기심이 이 시를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판단의 근거게 되기도 한다. 즉, 시의 제목을 통해 내용을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을 통해 작가와는 상관없이 자기식으로 내용을 짐작하게 된다. 그러므로 시에 있어 제목은 결코 소홀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길송의 시 <봄은 아프다>는 이미 제목부터가 독자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한다. 그 짧은 말속에 담겨있는 압축과 절제는 열이면 열 사람 모두 자기 경험과 비추어 제 각각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어디 아프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대문 활짝 열어두면 /기억 속의 그 날처럼’ 아프지 않은 사람은 또 어디 있으랴.

정작으로 아파하는 사람은 시적화자이다. 지금이라도 ‘수선화 한 아름 안고 오는 이가 /혹여 기다리던 님’이길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 화자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시의 역설은 님을 기다리며 아파하는 것은 화자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아픈 건 봄이다. 내 아픔의 심정을 봄에게 덮어씌운다. 이런 시의 기법을 ‘자리바꿈’이라 한다. 아프도록 사랑하고 싶은 주체는 ‘나’이면서도 그 자리를 봄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눌산 윤일광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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