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41)

작은 노래

 

佳山 김종원

적막이 주인 된 고향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자란만 파도소리를 듣는다

먼지 자욱한 봉제공장
망가져가는 어린 누이의 폐에서
쏟아내는 숨 가쁜 기침소리를 듣는다

빈 소주병이
밀물 따라 밀려왔다
 

눌산 윤일광 교수

(감상)
이 시를 읽고 정국회 시인은 ‘이런 시대를 살지 않았던 젊은이들, 봉제공장이 무엇인지 모르는 젊은이들, 해서 식구들의 굶주림이 무엇인지 짐작하는 못하는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노래’라고 했고, 원동주 수필가님은 ‘이제 그 시절 다 잊어버리자. 월남전 비 오듯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도 살아오지 않았던가’하고 용기를 주고 있고, 윤정희 수필가님도 ‘그때 그 시절에는 왜 누이들이 그렇게 희생만 했을까. 슬프다’라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시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할 부분이 3연이다. 난데없이 밀물에 소주병이 떠밀려 왔다는 이 한 구절 속에 시인이 하고 싶은 말들을 모두 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하게 살아야만 했던 어린시절, 그 가난 때문에 봉제공장으로 나가야 했던 누이의 슬픈 이야기를 가슴에 묻고 그동안 마신 술이 자란만 밀물만큼이나 많은 양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가질 때 비로소 감동으로 연결된다. 공감을 느끼지 못하면 감동으로 이어질 수 없다. 불과 8행에 불과한 짧은 시(詩)지만 여러 문인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내고 있으니 성공한 시라고 할 수 있다(눌산 윤일광 시창작교실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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