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거제시조選-196」

         바리스타를 꿈꾸며

                       윤 미 정

    까아만 원두커피
    적당량 분쇄하여

    자로 밀고 탬핑하여
    뜨겁게 추출하니

    한잔의 에스프레소
    내게 주는 작은 행복.

    시험이 코앞이라
    열심히 배운대로

    하아얀 우유거품
    스티밍 위아래로

    찻잔에 쏘맥말던 솜씨로
    그려가는 삼단 하트.

◎조신(操身)
 사군자(四君子) 중 하나인 난의 덕목(德目) 속에 조신(操身)이란 덕목이 있다. 조신은 몸가짐을 조심함이다. 난에 있어 조신은 정(淨)한 곳에 뿌리내림을 말하는데 식재가 깨끗하지 못하고 불순하면 스스로 뿌리를 썩혀 버리고 생을 마감한다. 난이 이러할 진데 하물며 사람에 있었으랴.

 ‘조지 워싱턴(1732-1799)’이 군에서 제대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있던 어느 여름날, 홍수가 범람하자 물 구경을 나갔다.
 물이 넘친 정도를 살펴보고 있는데 육군 중령의 계급장을 단 군인 한 사람이 초로(初老)의 워싱턴에게 다가왔다.
 - 노인, 미안합니다만 제가 군화를 벗기가 어려워서 그런데요. 제가 이 냇물을 건널 수 있도록 저를 업어 건네주실 수 있을까요?
 - 뭐, 그렇게 하시구려!. 이리하여 중령은 워싱턴의 등에 업혀 그 시냇물을 건너게 되었다.
 - 노인께서도 군대에 다녀오셨나요?
 - 네, 다녀왔지요.
 - 사병이셨습니까?
 - 장교였습니다.
 - 혹시 위관급(位官級) 이셨습니까?
 - 조금 더 위였습니다.
 - 아니 그러면 소령이나 보네요.
 - 조금 더 위였습니다.
 - 그럼, 중령이셨군요.
 - 조금 더 위였습니다.
 - 아니 대령이셨단 말씀 이십니까?
 - 조금 더 위였습니다.
 - 아니 그럼 장군이셨네요. (중령이 당황해서) 노인 어른, 저를 여기서 내려주세요.
 - 냇물을 건너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소. 내가 다 업어 건네 드리리다.
 - 노인께서는 그럼 준장이셨습니까?
 - 조금 더 위였습니다.
 - 그럼, 소장이셨겠네요.
 - 조금 더 위였습니다.
 - 혹시 중장이셨나요.
 - 조금 더 위였습니다.
 - 그럼, 최고의 계급인 대장이셨단 말씀이세요?
 - 조금 더 위였습니다. 
 냇가를 다 건너게 되자 워싱턴이 중령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신을 업어 준 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육군 중령은 그 텁수룩한 노인 당시 미합중국의 유일한 오성장군(五星將軍)이었던 ‘조지 워싱턴’임을 알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온라인에 떠도는 일화다.

 맹사성(孟思誠. 1360(공민왕 9)~1438(세종 20))은 황희 정승과 함께 조선 청백리의 양대 축으로 오늘날까지 청렴의 상징적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맹사성은 평소 성품이 소탈하고 검소하여 백성들과 같은 평복을 즐겨 입어 사람들은 그가 정승인 줄 알지 못했다. 그에게는 일화가 여럿 있는데 그 중 ‘공당 문답’이 있다.
 맹 정승은 고향인 충남 온양에 내려갈 때면 평복차림에 홀로 검은 소를 타고 오가곤 했는데 하루는 한양으로 오는 길에 비를 만나 용인의 여관에서 쉬게 되었다. 이때 주막 여관에는 먼저 온 영남의 부잣집 자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의정부 녹사 시험을 보려 한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가 궁색한 행색의 맹 정승을 보자 건방을 떨며 말잇기 놀이를 제의하게 되었고, 이에 소탈한 맹 정승은 쾌히 승낙했다. 막힘없이 문답을 주고 받되 묻는 말끝에는 반드시 ‘공’ 자로 끝내고, 대답하는 말은 ‘당’ 자로 끝내기로 했다.
 먼저 맹 정승이 시작했다. ‘젊은이는 무엇 하러 한양에 가는 ‘공’ 하고 묻자, 젊은이는 ‘녹사 벼슬 시험 치러 간‘당’, ‘내가 뽑히도록 해 줄‘공’, ‘에게! 촌로 주제에 말도 안 된 ‘당’.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며칠이 지난 뒤 맹 정승은 의정부 시험 면접관으로 앉아 있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 응시생으로 들어왔다. 맹 정승은 그를 알아보았지만, 젊은이는 설마 주막에서 만났던 촌로가 시험관 일 줄은 꿈엔들 알았으랴. 맹사성은 주막에서처럼 농 삼아 물었다.
 맹 정승이 ‘이곳에 와 보니 어떤 공’ 하자 깜짝 놀란 젊은이가 그때야 그 촌로가 맹 정승인 줄 알고 이젠 죽었구나! 생각했다.
 기왕에 낙방할 바엔 할 말이나 하고 죽자 생각하고 바닥에 넙죽 엎드려 ‘죽어 지어당, 죽어 지어당’하고 조아렸다. 좌중이 갑작스러운 일에 어리둥절하였고 맹 정승이 그간의 이야기를 해 주자 모두가 배꼽을 잡았다. 맹 정승은 젊은이가 경솔하기는 해도 기품과 재치가 있어 쓸만하다고 여겨 그를 특별히 채용하여 총애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맹사성의 풍류와 재치 그리고 소탈한 성품을 잘 보여주는 일화라 하겠다.

 이곳의 유리온실에 속새가 있다. 속새는 중부 이북의 늪 가에서 자라는데 양치식물 속샛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가 30㎝~60㎝이고 시누대 같은 줄기에 속이 비어 있다. 그런데 속새가 있는 곳이 바람이 닿지 않는 유리온실이고 보니 제멋대로 자라 높이가 얼추 3m에 이르는 것도 있다. 자생지에서는 바람 때문에 움츠리어 자세를 낮춘다. 이 속새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난세엔 자세를 낮추라는 것이다. 까불다간 한 방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책은 술집에 있는 외상장부라던데

 일정한 생각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은 주책이고 옷차림이나 몸치레가 초라하고 너절한 것은 주접이라 하더니만 살다 보면 어쩌다 주접을 떨기도 하고 주책을 부리기도 하더라. 그것도 한두 번이지 자주 하면 낭패를 당하기 마련이다. 아서라 말어라 떨지 말아야 할 것이 오도방정 일지니

    두 손을 모아 쥐고선 주변 살펴볼 일이다.
                           拙詩, ‘조신’, 전문.
                                    (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이성보시조시인 계간현대시조발행인

시조 작품 <바리스타를 꿈꾸며>는 팔방미인인 시인이 팔방에다 또 일방을 더하리란 심산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과정을 2수 연작으로 읊은 윤미정 바리스타의 작품이다.

 이곳 거제엔 카페 바람이 일어 수백 군데의 카페가 새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카페는 분위기도 분위기려니와 바리스타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들었다.
 좋은 원두의 선택에서부터 커피기계를 활용하여 고객이 원하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세상이 변해도 상전 창해가 된 정도로 많이 변하여 예전엔 다방 마담과 종업원 아가씨 위주였는데 말이다.
 커피 전문가인 바리스타(barista)는 이탈리아어로 ‘바에서 커피를 만드는 이’라는 뜻이다. 에스프레소(espresso)커피를 중심으로 커피에 대한 높은 수준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원두로 스팀, 그라인딩, 커피 추출, 라떼아트등 전문적으로 커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 에스프레소는 고압, 고온 하의 물을 미세하게 분쇄한 커피 가루에 가해 추출하는 고농축 커피의 일종이다.
 커피 원료인 원두의 재고 파악과 주문 관리, 커피 추출 기구 등 기기나 장비의 유지관리도 바리스타의 몫이다.

 까아만 원두커피를 적당량 분쇄하여 자로 밀고 탬핑하여 뜨겁게 추출하니 한잔의 에스프레소가 만들어졌다. 한 잔의 에스프레소는 시인에게 주는 작은 행복이란다.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연습과 실습 과정을 물 흐르듯 그려 내고 있다.
 달포 넘게 공부하다 보니 어느 사이에 시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겠다. 열심히 배운 대로 하아얀 우유 거품 스티밍 위아래로 찻잔에 쏘맥말던 솜씨로 그려가는 삼단 하트란다. 그렇게 배우고 익힌 덕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 찻잔에 쏘맥말던 솜씨로 그려가는 삼단 하트 / 다. 시인은 쏘주에 맥주를 말아 마시는 쏘맥 말기의 달인임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 솜씨로 그려 낸 삼단 하트의 커피를 마시고 싶어진다.
 커피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60여년 전 일이다. 둘째 형이 원양 어선을 탔는데 귀국하면서 고급 양주와 병에 든 커피 몇 병을 선물로 가져왔었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원양 어선 탄 형인지라 모두가 부러워했었다. 처음 보는 양주와 커피라서 어떻게 마시는지 그 요령을 모르는 터라 발렌타인이었지 싶은 양주는 사발에, 커피는 병째로 솥에다 물과 함께 끓여 대접에 담아 마셨다. 그리곤 만족해했었다.
 시인의 <바리스타를 꿈꾸며> 덕분에 나는 여남 살의 소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앞에서 바리스타니 에스프레소 커피 운운하였으니 커피 꽤나 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토정(實吐情)하면 한결같이 찾는 것은 다방커피다. 맛들인 삼박자 커피이고 보니 바리스타에게 미안한 노릇이다.
                                      -능곡시조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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