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산책 (340)

 그대가 비처럼 쏟아져

                  




    雪苑 박 선 아 

그대를 보내고 난 후
뭘 해도 헛헛한 날

창밖에는 그대가 흔들던 손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곁이 비고 나서야
알게 되는 소중한 것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스쳐 지난 것까지도
각기 의미를 달고
또 새로운 이름으로 점점이 박혀
그 무엇이 된다

구멍 뚫린 창공으로 
그대가 비처럼 쏟아진다

비어 있어도 가득 차는
그대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시에 있어 비는 단순한 기상현상을 넘어서서 서사구조에 짜여진 가슴 아픈 은유가 된다. 설원의 시 <그대가 비처럼 쏟아져> 역시 시의 화자에게는 가슴 아픈 기억을 은유하고 있다. 특히 이 시는 ‘곁이 비고 나서야 /알게 되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슬픔과 ‘구멍 뚫린 창공으로 /그대가 비처럼 쏟아진다’는 카타르시스를 비를 통해 동시에 풀어내고 있다.
비는 시의 화자에게 있어 슬픔의 말 없는 표현이다. 이미 사람은 떠나갔지만 그 빈자리를 가득 채우는 그대라는 설정이 읽는 사람도 아프게 만든다. 비의 상징은 ‘재생’이다. 비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노아의 방주가 상징하듯 소멸의 다음에 펼쳐지는 새로움을 의미한다. 그래서 시에 있어 비는 슬픔을 은유하지만 비를 통해 그리움까지도 씻어버리려는 의도가 깔린다. 그러나 그렇게 흐르지 않는 것이 시이다. 시에서의 비는 재생의 상징이 아니라 더 깊은 슬픔의 침잠(沈潛)이다. 시의 화자는 비를 통해 치유 받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그리움으로 독자를 몰고간다. ‘비어 있어도 가득 차는 /그대’처럼.(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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